심성만큼이나 체온도 참 따뜻하다. 너무 뜨거워서 끈적이는 것고 아니고 그렇다고 얼음장처럼 차갑지도 않다. 4월 중순의 봄바람의 결을 가진 맨살이다. 좀 더 품에 파고들어 숨을 크게 들이쉰다. 처음엔 갓 흘린 땀의 냄새가 나다가 곧 은은한 바닐라의 향이 느껴진다. 상큼한 과일같기도 하고 하여튼 오묘하다. 과육을 깨물듯 은근히 봉긋한 가슴살을 앙 하고 문다. 습관처럼 나의 머리를 감싸안고선 지침에 졸고 있던 그가 작은 목소리로 '아야'하고 짧게 뱉으며 깨버린다.

"왜. 잠이 안와?"

"응, 잠 안 와. 놀아줘."

잠을 억지로 깨면 기분도 나쁠 법한데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어르는 듯한 눈빛을 하고 말을 건내주면 나는 한없이 아이같아진다. 그 눈빛을 그 말투를 그 품을 더 떼쓰듯 갈구하고싶어진다. '내일 피곤할텐데...' 걱정하는 듯한 말이 지나가지만 애써 무시한다. 이 밤을 최대한 길게 보내고 싶다.

"넌 형을 앞으로 오랫동안 못 볼텐데 꽤 무덤덤하다? 실망이야. 상처받았잖아."

"...유난이야. 그러지 좀 마. "

눈웃음과 말투엔 놀리는 듯한 웃음이 서려있지만 단호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맞는 말인데 그래도. 너한테 조금이라도 아련한 눈빛을 받아보고 싶어서 자꾸만 이런다. 밤이고, 술을 마셨고, 잔뜩이나 나를 받아내느라 지친 상태니까 저 정도의 말로 나를 혼낸거지, 낮이었으면 형 혼자만 가는거 아니라고 잔소리까지 조잘조잘 했을 것이 뻔하다. 냉정하고 미운 놈.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조용하고 다정해서 가만히 눈을 감게 된다.

"머리가 명훈이 같어."

"뭐?"

"명훈이. 강대성 동생 강대호."

키득키득 웃느라 들썩이는 가슴이 뺨으로 그대로 느껴진다. 조용히 뛰는 심장, 머리를 감싼 둥근 손, 나의 팔에 둘러진 날씬한 허리, 따뜻한 향기. 덧붙혀 그와중에 삐진 나의 눈빛을 풀어주려는 그런 센스며. 모든게 예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나 없어도 여전히 바람필거야?"

"사귀지도 않는데 뭔 바람이야."

"나한테는 바람인데."

"또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려 그래."

"나는 내가 너한테 특별했으면 좋겠어."

"...."

두번째로 하는 고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나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이 서러웠다. 이런 나의 마음을 그는 절대 무시하지는 않는다. 모르는 척 할 뿐이다. 그리곤 서러웠어요? 유치원 선생님같은 마음으로 나를 대한다. 그러면 나는 '네, 서러웠어요.'하고 소매로 눈물을 슥슥 닦는 어린이가 된다. 미운놈. 못된놈.

"형은 애기야."

"그 얘기는 지겹도록 들었어."

"나한테, 형은 애기야."

"...."

"그래서 나는 형을 형한테만 하는 방식으로 대해. 형이 전화해달라고 울면 집에 가서 형 손 잡아주고 안아주고. 내가 형한테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이야. 다른 사람한테는 이렇게 안 해."

모르는 척 허리를 더 끌어 안는다.

"...그리고 나는 형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 보면 표정 바뀌고 말투 바뀌는게 사실은 정말 귀여워."

"형한테 귀엽다가 뭐냐."

변치 않는 마음을 이전에 들켜버렸다는 것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른다. 흐흐, 능글맞게 웃더니 귀여운걸 귀엽다고하지 뭘 어떻게 하냔다. 너도 참 뻔뻔해졌구나.

"다른 사람들은 좀 대놓고 뻔뻔한데, 형은 좀 달라. 허둥지둥이야.수줍고."

예민하기는. 부끄러워서 괜히 오른쪽 유두를 입에 머금고 쭉쭉 빤다. 아,뜬금없어! 하고 소리 치지만 결국은 내어준다. 이러다 진짜 젖 나오겠어. 신문에서 봤는데 남자도 꾸준히 만져주면 젖이 나온대.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 너는 진작 나왔어야지. 머리를 꽁 하고 맞았다.

"그만 해. 좀 자자. 잤으면 좋겠어."

"알았어."

"그래"

"키스해주면 잘게."

"그러다 한 번 더 하면 난 싫어."

"날 어떻게 보는거야. 그냥 너랑 키스하고 싶어서 그래. 너 입술이 포근포근하니까 잠이 잘 올 것 같아."

"핑계는..."

하지만 곧 내 볼을 따뜻하게 감싸안고 입을 맞춘다. 두툼하고 뜨거운 입술이 내 얇은 입술을 덮고 촉촉해서 말캉한 혀가 들어와 능숙히 나의 혀를 감싼다. 한창 혀들끼리 춤을 추다 나는 그의 어금니를 삭삭 핥고 비뚤한 아랫니까지 한 번 쓸어준다. 그럼 그도 마찬가지로 화답한다. 끄응-하는 그의 신음이 연결 된 두 입 안에서 공명하고 충분히 그를 맛본 나는 입을 떼자 촉-하는 소리가 난다.

"...입술 붉다. 넌 어쩜 입술이 이러냐..."

"형 눈 풀린거 웃긴다.이제 좀 졸려?"

"응"

"잘까?"

"응"

예쁘게 웃더니 이리 와. 하고 팔을 벌린다. 나는 기꺼이 나의 오랜 안식처에 안긴다. 눈을 감으니 나의 뺨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붉은 입술이 느껴진다. 좋다. 너무 좋다, 대성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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