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어디가 좋냐, 라고 형이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어,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고 형은 헛헛 웃으며 어이없어 했다. 사실 답을 그렇게 기대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내 답은 진심이었다.

참 이상하지. 대성형은 세 형들에게 말을 놓는다. 사실 그가 말을 놨다기 보다는 '강대성이라면 얼마든지 가능.'이라는 세 형들의 꼰대같으면서도 강대성을 향한 숨길 수 없는 흑심이 먼저 작용한 것이다. 대성형은 처음엔 우물쭈물 반존대를 했는데 본인은 최승현을 제외하고는 존대를 더 내켜하는 것 같다.

반면에 나는 대성형에게도 말을 놓지 못한다. 물론 그 위 형들은 물론이다. 단지 그들이 없는 사석에서 형 칭호를 붙이지 않았던 것도 나에게 매우 쪽을 주고 혼을 냈다. 그럴 때는 빈정이 상한다. 말 그대로 '한 두살' 차이 밖에 안나면서. 대성형과 나의 차이가 대체 뭐길래 이러는건지 화도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의 해결은 진즉에 포기했다.

대성형이 나를 처음 보았을 때 존댓말을 썼던 것을 기억한다. '사무실이 어디예요?' '모르겠는데요...' 10대의 깡마른 대성형은 이 바닥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대성형은 본인이 말은 못하고 내가 계속 존대하는 것에 불편한 눈치였다. 십대의 우리 둘은 옹기종기 모여서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와중에도 나는 형에게 존대를 했다. 존대하고 싶었다.

나는 바보여서 내가 하는 행동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 행동들은 모두 대성형과 연관된다. 사업 미팅 때마다 대성형을 소개해달라는 말을 최소 한 번 이상을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런 자리를 힘겨워하는 대성형을 알기에 이런 자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질문은 끊임이 없었다. 대성형과 알고 싶고 만나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화가 터져서 자꾸 언급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대성형과 가끔씩 섹스를 한다. 둘 다 갓 이십 대에 접어들 무렵 아직 같은 방을 썼었을 때 어쩌다 눈이 맞아버렸다. 나는 처음이었는데 대성형은 어쩐지 익숙해보였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대성형은 끝나고 나서 동생 앞에서 못 볼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조금 많이 부끄러워했고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나 어땠어요? 라고 묻고 싶었는데 좀 창피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귀여운 대성형이 소리 없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너,너...생각보다 크더라..."

이런 쑥쓰러운 말을 터뜨린 대성형과 들어버린 나는 서로 어색해했지만 곧 관계는 이어졌다. 대성형과 섹스할 때는 조금 더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다못해 훨씬 질 좋은 콘돔과 젤을 쓰고 대성형의 입술이 살짝 벌려질 정도로의 전희와 후희에 힘쓴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구체적인 이유는 모른다.

나는 내가 대성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안다. 세 형들 때문에 빈정이 상해 있는 나를 이해해주고 달래주거나, 헤헤 웃다가도 본인의 일에 대해서 전문적이고 단호한 모습이라던가, 아주 가끔 하는 은근히 섹스를 암시하는 우아한 유혹이나 내 것이 너무 크다고 끙끙대다가도 그래서 싫냐고 물으면 좋다고 품에 안기는 대성형. 좋아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어떻게 안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다.

대성형은 나를 좋아할까? 나를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 거기는 대놓고 좋다고 하지만, 나란 사람 자체도 좋아해줄까? 좋다면 나의 뭐가 좋냐고 나도 묻고 싶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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