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시끌벅적한 회식날. 나는 대성형에게 고백했다. 와인을 잔뜩 마셔 쿵쾅거리는 음악에 조용히 몸을 흔들던 형이 멈췄다. 그리고 취했는지 놀란건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옆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응...?"


 부정확한 발음으로 반응하는 형이 예뻤다. 일행 대부분이 화장실을 가거나 밖에 바람을 쐬러 가거나 아랫층에 춤을 추러 가서 룸 안에 둘만 남아있게 된 것도 떨렸는데, 이렇게 형을 마주보게 되니 심장이 더 쿵쾅거렸다. 


"형이 예뻐서, 형 좋아한다구요...."


 어쩔 줄 몰라하는 동그래진 눈가가 나를 서글프게 한다. 그래도 괜찮다. 괜히 삭혀왔던 나의 마음을 알려준 것으로도 됐다. 


"미안..."


 정말 괜찮았다.



그 후로 꽤 시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나는 내가 고백했던 때가 대성형이 권지용과 사귀게 된지 얼마 안된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권지용이라니. 내가 만약 먼저 고백했더라면 형은 나를 받아주었을까, 하는 억울함도 들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착한 대성형은 내가 고백했던 사실을 아무에게도, 심지어 권지용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어색함이 묻어나는 듯 하면서 평소처럼 나를 대해주었다. 그게 고마웠다.

 나도 대성형을 위해 권지용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나만 알고 있었고 대성형도 권지용도 내가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을 모른다. 그냥 나는 작업실에서 혼자 정신 없이 작업하다가 새벽 다섯 시쯤 연습실에서 둘이 키스하고 있던 것을 봐버렸을 뿐이다. 그 날 아침에 술을 많이 마시고 잠이 들었고. 권지용은 평소 껄렁껄렁 나를 괴롭히기에 맛이 들렸으면서 대성형은 무슨 공주같이 대하나 싶더니 결국은 이런거였구나...싶었다. 대성형의 볼을 감싸던 권지용의 손이 참 다정했고 눈을 가만히 감고 권지용을 받고 있던 대성형이 참 예뻐서. 

 하지만 강대성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둘과의 관계가 나와 어떻게 되든간에 나는 당장 내 마음이 급했다. 어느 날의 또 회식 자리. 권지용은 담배를 피러 나가고 나머지들은 떠들거나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러 가거나. 강대성은 또 와인에 취해있었다. 평소에 내 앞에서 제대로 웃지 못했으면서 이번엔 살살 웃는다. 위험해. 나는 대성형 곁에 조금 더 다가가 앉아 조용히 물었다.


"형, 저 왜 찼는지 물어도 돼요?"


"뭐래는거야...여기서."


 그 와중에 공사를 구분하는 모습도 좋았다.


"이때 아니면 형 또 저 피할거잖아요..."


"...으음."


 대성형은 내 말에 붉고 두툼한 입술을 문질거리다가 대답했다.


 "나는 네가 좀... 가볍다고 생각했어."


"...."


"여자랑 그...호텔도 자주 가고..."


"...네"


"너는 가볍고, 아무 생각이 없어...철 없고."


 그리고 대성형은 입술을 잘근 씹더니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넘겼다. 대성형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진짜니까 말이다.


"너가 나를 생각하는 그런 마음, 날 좋아해주는거, 그거 너무 고맙지만 잠깐일지도 몰라."


"아닌데"


"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걸 넌 알아야 해."


 어쩌다보니 대성형에게 혼나는 느낌이 들었다. 창피했다. 괜히 고개를 푹 숙이게 된다. 대성형은 다시 한 번 잔을 입에 댔다.


"형은..."


"응"


"지용형 어디가 좋은데요...? "


"...어?"


"형은 맨날 지용형이랑 저랑 닮았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저는 아니고 지용형이에요."


"알고 있었구나, 너."


 대답하지 않고 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형은 조금은 혼란한 듯 했지만 그래도 차분했다. 할 말을 생각하는 듯 입술을 우물거렸다. 왜 하필 이승현이 아니고 권지용인지에 대한 대답은 대성형도 어려울 것이다.


"지용형은, 연애가 뭔지 아는 것 같애."


"그게..!"


"애교만 떨어도 뭐든지 다 해주려고 하는걸."


 대성형은 그 말을 하면서 허허 웃었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있는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권지용은 뭐하느라 이렇게 안오는건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모든걸 다 줄 듯 해주는데 너같음 안 사귀겠어?"


"형은 그럼 권지용이 좋다는거예요 뭐예요."


"지용'형'이야, 승현아."


 와인을 연거푸 들이키던 대성형의 눈가와 뺨이 붉어져있었었다. 농염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착각인가 싶었다. 


"지용형 다 좋아, 다 좋은데..."


"..."


"섹스를 못해."


"네?"


 내가 잘못 들은건가 싶어 놀라 주변을 둘러보니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음악마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룸 안은 히터를 틀어놓은 듯한 뜨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승현아 넌 가벼워."


"뭐 하자는건데요, 지금."


"근데 나도 너 못지 않거든."


"..."


 형은 손에 든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내 무릎 위에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그런 행동이 당황스러울 뿐만 아니라 나를 내려다 보는 형의 눈빛이 마치 나를 잡아 먹는 듯 했다. 형은 내 배 쪽에 바싹 다가와 앉아 엉덩이를 살짝씩 움직여서 내 성기가 비벼졌다. 그렇다고 물리칠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윽..."


"승현아, 내가 너한테 바람피자고 고백하면 뭐라 대답할래?"


"네, 라구요."


 형이 웃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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