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에서 형과 섹스를 마치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땀과 눈물을 잔뜩 흘려 형의 얼굴이 퉁퉁 부운 것이 귀여워 머리를 왼손으로 받쳐 뚫어지게 쳐다보니 뭘 보냐고 툴툴거리는게 또 귀여워서 '귀여워서요.' 라고 말해주니 형은 얼굴이 달아올라서는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한창 얼굴을 보여달래 싫네 투닥거리고 있을 동안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날지 몰랐다는 것이 참 유감이었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그러는 동안 막내들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형들이 술 마신다고 내 집으로 쳐들어왔고 우리들의 광경을 봤다는 것이다. 그 광경이란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 투닥거리느라 형이 이불을 다 뺏어가서 나는 전라였고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킨 형은 내가 하도 물고 빠느라 울혈이 진 벗은 상체였다는 것이고. 그렇게 2대 3으로 나뉘어 정적이 끔찍하게 길게 일었고, 그것을 깬 것은 나의 집으로 형들이 가고 있다고 뒷북을 친 내 매니저의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진동이었다.

 당연히 형들은 난리가 났다. 지용형과 승현형은 씨발이니 뭐니 평소에도 하는 상스런 욕들을 거침없이 해댔다. 영배형은 욕은 안했지만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 대상은 모두 나였다. 메시지 진동이 울리고 지용형이 뱉은 한 문장은 '야, 이승현. 나와 봐.'였으니까. 내 옆에서 황망한 표정을 짓는 대성형은 축축해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뇌 속이 엉망진창이었다. '옷은 입고 나와라, 새끼야.'하고 지용형이 문을 쾅- 닫는데 대성형 어깨가 움찔 떨리는게 안쓰러웠다. 


"형, 제가 잘 말할게요."


"승현아..."


"괜찮아, 괜찮아."


  평소처럼 태연한 목소리를 내며 옷을 입는데 떨어진 옷가지들을 줍는 손이 떨렸다. 바깥에선 라이터 켜서 담배불을 붙이는 소리도 들리고 기분이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언젠간 말하긴 했어야 했는데 말하지 못했고, 심지어 사귀는 대상이 대성형이라는 것이 아주 큰일이라는 것은 알았다. 우리 둘이 사귀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딱 우리 둘과 각자의 매니저들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너무 갑작스럽잖아. 대성형은 겁이 많고 나같은 무대뽀와는 정반대인 것을 너무 잘 알기에 형이 상처받았을까봐 또 걱정되었다. 옆에서 형도 떨면서 옷을 입는다. 뒷처리도 못해줬는데 나중에 배탈나면 안될텐데. 


"형, 여기 있어요."


"하지만..."


"나오지 마요!"


 황급하게 말하고 방문을 확 닫았다. 거실에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담배냄새가 꽉 차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싫다. 아무리 화나도 비흡연자 집에서 흡연할 것은 뭔가? 뒤돌아보니 지용형과 영배형은 소파에 앉아있고 승현형은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무거운 분위기에 겁은 났지만 더 이상 떨리진 않았다. 그냥 그들을 우뚝 바라보며 서있었다.


"너 뭐 강대성이랑 사귀냐?"


 말은 항상 지용형이 먼저 꺼냈다. 물론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면서. 


"예."


  그제서야 여섯 개의 눈들이 나를 본다. 짜증난다. 내가 죄인인가? 


"언제부터?"


 영배형이 다리를 떨어대며 묻는다. 가뜩이나 머릿 속이 복잡한데 산만하게 떠는 다리를 보니 더 거슬려죽겠다. 


"이제 1년 되갑니다."


"오랫동안 잘도 숨겼다, 야."


 시비조의 권지용이다. 자기가 왕인것처럼 거만하면서 비꼬는 듯한 저 말투를 한 두번 받아본 것이 아니다. 


"뭐, 그래서 데이트도 하시고 키스도 하시고 섹스도 하시고?"


 "예, 했는데요."


 덤덤하게 대답하니 분위기가 더 험악해진다. 이제 나는 대충 이들이 당장 말은 못하지만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침착해야한다. 난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거지 도발하려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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