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자정. 그리고 호텔. 대성일 만나는 때와 장소이다. 둘 다 바쁘다보니, 매주 만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보통 2주만의 간격 정도. 오늘은 마침 시간이 맞았다. 보통은 내가 먼저 시간이 되냐고 연락을 하는 편인데, 오늘은 대성이 먼저 오늘 만나는거냐고 물어왔다. 만나는거지. 라고 보내고 매니저를 불러 시간이 조금 이르게 바로 호텔로 향했다. 대성이가 먼저 물어봤다는 것에 대한 설렘? 알 수 없다. 방에서 깨끗이 샤워하고 둘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시킬 생각을 했다. 취한 나를 감당해줄 사람은 대성이 뿐이다.

 씻고 샤워 가운을 걸친 뒤 미리 주문해놓았던 와인을 따라 한 모금, 두 모금 입 안으로 넘길 무렵 카드키가 찍히는 소리가 들려 문을 향해 미리 웃어보인다. 놀라겠지.


"엑- 형 언제 왔어?'


 역시나 예상같은 반응에 재미있다. 대성이 보고싶어서지. 하고 능글능글 웃으니 대성인 뭐야아. 하고 웃으며 걸치고 온 자켓을 벗어 내려놓는다. 밖이 춥냐고 물으니 조금 그렇단다. 


"반팔 입고 왔으니까 춥지, 바보야."


"자켓이 따뜻해서 괜찮았어."


"이리 와, 앉아봐."


 또 시작이라고 꿍얼거리지만 곧 내가 앉은 침대맡에 나란히 앉는다. 볼을 손등으로 살살 만지니 부드러움과 함께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슬쩍 손을 내려 목을 쓸으니 살짝 놀라면서도 가만히 있는다. 얼굴과 달리 목은 온기가 느껴지고 자스민 차같은 향기로운 향이 난다.


"씻고 왔네, 대성이."


"으응, 운동을 좀 늦게 해서 그냥 집에서 하고 온거야."


 나를 보며 셀쭉 웃어보이는 모습이 예쁘다. 대성이 이럴 때 마다 심장이 떨린다. 괜히 대성이 손을 잡고 주물럭거린다. 나에 비해 작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리비도를 자극시키는 촉감에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괜히 꾹 참느라 말이 없어지는 나에게 대성이 물었다.


"형, 무슨 일 있어?"


"아니, 너 손 촉감이 좋아서."


"변태."


 그러면서 슬쩍 빼내려는 것에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꽉 깍지를 꼈다. 그리고 나머지 손으로 빈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다. 대성인 받아들고 한 번 찰랑찰랑 잔을 흔들다가 입에 머금는다. 잔을 문 도톰한 입술이나 마시느라 젖히는 긴 목이 참 예쁘다. 나는 그걸 또 흐뭇하면서도 심란하게 보고있고.


"부담스러워."


"우리 대성이 예뻐서 그러지."


 대성이 좀 난처하다는 듯 웃고 나는 귀에 걸던 미소를 내린다. 대성의 경고였기 때문이었다. 나의 마음을 드러내지 말 것. 마음을 가지지 말 것. 마음이 있어도 숨기고 있을 것. 안 그러면 지금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관계가 끝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록 나는 잔인한 대성이에게 더 집착하고 싶은 떼쟁이가 되고 만다. 조금만 더 나를 보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고, 나를 조금은 다른 의미로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도 와인을 한 모금 넘겼다. 일부러 도수가 센 것을 시켰더니 어지럽지는 않더라도 마치 뜨거운 욕조에 몸이 푹 담겨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성인 어느새 잔을 거의 비웠다. 그리고 취기가 살짝 오른 듯이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형."


"더 따라줄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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