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은 코 맡에 닿는 상쾌한 향기에 만근같은 눈꺼풀을 겨우 뜰 수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승현이었다. 피곤함에 잔뜩 젖어 일어나지도 못하겠는 대성과 달리 승현은 한껏 수트로 멋을 낸 모양새였다. 거기에 어쩐지 흐뭇해보이는 미소는 덤. 아침잠이 긴 승현이 웬일인가 싶었다. 


 "...뭐야...?"


"잘 잤어요?"


 승현은 동문서답을 하면서 대성의 이마에 잔뜩 흐트러진 앞머리를 살짝 거두고 입술을 붙인다. ...어디 가? 기도가 쩍쩍 달라붙어 잔뜩 쉬어버린 대성의 목소리에 승현이 웃으면서 오전에 스케줄이 있단다. 형이랑 더 오래 있고 싶다는 같잖은 애교도 부리는 것이 대성의 눈에 어쩐지 귀여워 보였다. 


"언제 나가는데?"


"한 두 시간 세 시간 반 뒤에...?"


"빨리도 준비했네..."


"오늘 좀 멋있어 보일 것 같아서 형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말은 참 번지르르하다. 대성은 대답않고 피식 웃다가 아주 가끔 쓰는 안경을 찾았다. 안경은 왜요? 보면 알잖아. 얼굴이 너무 부었어. 누구 때문에. 승현은 이내 알았다는 듯 킥킥 웃더니 서랍장 안에 있는 알이 큰 안경을 건내준다. 안경을 쓴 대성이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데 눈물 자욱이 여간 말라붙어있는 것이 아니다. 목덜미를 잔뜩 물어뜯겨 울혈이 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성은 뻔뻔하게 자신의 곁에 앉아있는 범인의 모습을 흘긋 째려보았다.


"아, 오늘따라 형 왜 이렇게 귀엽지. 가기 싫게."


"느끼해, 이승현. 허리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어."


"물 좀 줄까요?"


 언제 또 물을 가져온건지 승현이 대성에게 물을 건내준다. 대성은 말없이 컵을 받아들고 꼴깍꼴깍 물을 넘기며 계속 승현을 노려보았다. 가기 전에 허리 안마 좀 하고 가. 해주면요? 해주면요라니? 당연히 해줘야하는거 가지고. 


"안마 해주면 아침 좀 차려주심 안돼요?"


"이씨, 평소에 아침도 안 먹는 자식이."


"아 진짜 장난 아니고 정말로 배고파서."


 진심어린 말투에 대성이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근데 나 요리 못하는거 알지? 두부 김치 밖에 못해줘. 괜찮아요. ...정말로? 의심스러운 대성의 물음에 승현은 모르는 척 하면서 대성보고 엎드려보라고 한다. 대성은 컵을 승현에게 건내주고 끙끙거리며 엎드리고 머리를 베개에 폭 묻는다. 나체인 대성의 상체에 승현의 서늘한 기운의 양 손이 닿자 대성이 파르르 떤다. 


"으으..."


"가만히 좀 있어봐요. 제대로 해줄게."


 승현은 손에 힘을 주어 허리와 엉덩이 사이를 꾹꾹 눌러준다.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어느 덧 긴장된 기운이 풀린 대성이 기분 좋은 신음을 간간히 뱉었다.


"아, 응, 거기."


"여기요?"


"으응, 조금 더 아래..."


 시원해하며 그릉그릉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는 대성을 보며 승현은 잠시 대성을 감상했다. 잔뜩 자신의 흔적을 가진 채 엎드려서 신음을 뱉는 대성이라니. 대성이 알면 무지하게 혼이 날테지만 승현은 반쯤은 흥분 상태였다. 약간 발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승현은 짐짓 모르는 채 안마를 계속해주며 넌지시 물었다.


"형, 배는 안 아파요? 어제 뒷처리도 못하고 자서."


"새벽에 잠깐 일어나서 내가 했거든."


"아, 정말요?"


"이상한 생각 하지마라?"


이런, 승현이 한 발 늦었다. 대성이 그런 승현을 모를 리도 없었다. 아쉽게 됐네. 승현은 입을 쩍 다시며 안마를 계속 해준다. 승현의 손 바로 아래의 통통한 짙은 색의 엉덩이를 다시 한 번 맛보고 가면 오늘 하루 정말 상쾌할텐데. 승현은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대성의 목소리에 퍼뜩 손을 멈추었다.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고마워."


"뭘요."


"일으켜줘."


 대성이 손을 내밀자 승현이 손을 잡고 힘을 준다. 대성은 아까보다는 무리 없이 일어나 잠깐 스트레칭을 하더니 승현의 볼에 뽀뽀를 해준다. 엣. 뭘 놀래. 수고했다고.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는 대성을 보며 승현은 진심으로 스케줄을 가기 싫다고 느꼈다. 


"뽀뽀로 아침 대신할 생각은 마요, 형?"


"으으, 알겠다구. 내가 너인줄 알아?"


 힝, 귀찮아. 귀엽게 투덜거리는 대성이 계속 이불에 부비적거리다가 간신히 바닥에 널부러진 브리프를 주워들려고 했을 때였다.


"잠깐!"


"아, 깜짝이야!"


"형, 저 부탁이 있는데."


 또 뭐? 형 집에 앞치마 있죠? 응, 별로 쓰지는 않는데... 아침 만들 때 그것만 입어주면 안돼요?


"뭐라고?"


 대성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누드 에이프런 몰라요? 형이 그렇게 입으면 너~무 섹시할 것 같아요."


 대성은 징글징글할 정도로 뻔뻔한 승현의 표정을 보며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을 보며 기대하는 그 눈빛이 무슨 강아지같기도 하고... 게다가 얼굴이 왜 이렇게 가까이 있는건데, 안그래도 잘생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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